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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NE 하이스쿨히어로즈 (폭력도파민, 억압탈출, 정의경계)

by manimong 2026. 2. 21.

목차

    ONE, 하이스쿨 히어로즈
    ONE, 하이스쿨 히어로즈

    폭력으로 해방감을 느낀다면, 그게 정말 자유일까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ONE : 하이스쿨 히어로즈」를 보면서 계속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전교 1등 의겸이 아버지의 억압 아래 짓눌려 살다가, 형의 유품인 워크맨을 건드린 일진들을 때려눕히며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설정은 분명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통쾌함 뒤에 숨은 불편한 질문들이 저를 계속 붙잡았습니다.

    억압이 만든 폭력 도파민, 어디까지가 해방인가

    의겸의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강압, 먼저 떠난 형에 대한 죄책감, 불안장애까지. 그가 워크맨을 건드린 일진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발끝부터 전두엽까지 도파민이 터진다"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처음엔 이게 단순한 액션 연출인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이 작품이 폭력을 '해방의 수단'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3주 동안 참았던 괴롭힘이 할머니 사진이 낀 책을 창밖으로 던진 순간 폭발했던 그날. 저도 그때 뭔가 후련함 같은 걸 느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 것'이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후로 한동안 제 안에 있던 폭력성이 무서웠고, 그게 언제 또 튀어나올지 불안했습니다.

     

    의겸은 점점 싸움 없이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상태로 변해갑니다. 시험을 볼 때조차 싸움 장면만 떠올리고, 학원 선생님이 "나가"라고 하자 오히려 기뻐하며 나가버립니다. 이 장면들이 문제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동시에 작품은 그 폭력의 순간들을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통쾌하게 연출합니다. 비판하면서 동시에 찬양하는 이 이중성이 저는 불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일진들이 처맞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의겸이 이기운을 때릴 때, 윤기가 "그만하라고 좀"이라고 말리는 장면에서 뭔가 선을 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폭력이 정당방위를 넘어 복수와 쾌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중독이 됩니다.

    "나쁜 놈들만 때린다"는 논리의 위험한 경계

    이 작품에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건 이걸제였습니다. "그 나쁜 놈들은 누가 정하는 거야? 난 나쁜 놈이야? 좋은 놈이야?" 이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서사는 결국 주인공들의 판단이 항상 옳았다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참고 자료를 보면서 느낀 건데, 이 작품 속 '나쁜 놈들'은 너무 명백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김남엽은 장애학생을 괴롭히고, 최기수는 친구를 집단 폭행하고, 피도일은 약자만 골라 괴롭힙니다. 관객은 의겸의 폭력에 죄책감 없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 경계가 훨씬 흐릿한데, 그 흐릿함을 너무 쉽게 정리해 버린 건 아닐까요?

     

    제가 중학교 때 맞섰던 그 녀석도,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서 아버지한테 맞고 자랐다는 걸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저를 괴롭힌 게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세상은 '나쁜 놈 vs 좋은 놈'으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복잡함을 다루기보다는, 통쾌한 권선징악 구조 안에서 안전하게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아버지가 큰아들 수염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 인맥까지 동원하고, 결국 수염이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과정은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아빠가 없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어"라며 워크맨에 집착하는 수염의 모습은, 억압이 한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승준이 일진 생활을 스스로 청산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이런 거 지겨워"라며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서, 이 작품이 단순히 선악을 나누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서사는 여전히 '정의로운 폭력'을 미화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궁금한 건 결말입니다. 의겸이 결국 이 폭력의 도파민 중독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아니면 빠져나오기는 하는지. 싸움이 아버지로부터의 탈출 수단이었다면, 그 탈출 이후 그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요. 통쾌한 액션 너머에 그 질문의 답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 경험상, 폭력으로 얻은 해방감은 결코 오래가지 않았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OYIhemJG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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