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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초능력자'라는 영화를 개봉 당시 놓쳤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초능력 소재가 흥행하기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그런데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컸습니다. 개봉 1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지만, 결국 큰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시장이 SF 장르를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순수한 마음만이 통하지 않는 이유
영화의 핵심 설정은 명확합니다. 초인이라는 남자는 눈빛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지만, 유독 균남에게만 그 능력이 통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 현상을 "순수한 마음"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제가 보기엔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자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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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아기에게도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설정을 보면, 영화는 순수함을 일종의 방어막으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균남이 정말 순수한 사람인가요? 그는 복수심에 불타 초인을 끝까지 쫓아다니는 인물입니다. 오히려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죠.
제 생각에 이 설정의 진짜 의도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균남은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사람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흔들리지 않죠. 초인의 능력은 사람의 의지를 꺾는 것인데, 애초에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제가 예전 직장에서 만났던 그 동료처럼, 분위기나 눈치 같은 무언의 압박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순수해서가 아니라, 자기 기준이 명확해서 흔들리지 않는 거죠.
눈으로 조종한다는 설정의 깊이
초인의 능력이 왜 하필 눈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영화에서 가장 섬뜩한 복선입니다. 어린 시절 그는 엄마에 의해 눈을 붕대로 가려진 채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엄마의 선택이었지만, 결국 그 눈이 부모를 죽이는 도구가 되었죠.
눈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입니다. "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초인은 자신의 눈을 봉쇄당한 채 자랐고, 그 결과 눈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러니를 영화가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훨씬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궁금했던 건, 초인이 정말 악당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는 부모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괴물로 규정하며 자랐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거 당신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는 대사는 단순한 악당의 변명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먼저 배제당한 존재의 절규에 가깝습니다. 리뷰 영상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했지만, 초인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빌런이 아니라 비극적 인물로 읽힐 여지가 충분합니다.
균남의 불사신 설정이 긴장감을 해친다
균남은 영화 내내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매번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건물에서 떨어져도, 심지어 숨이 끊어진 것처럼 보여도 결국 살아납니다. 이 설정은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관객은 균남이 어차피 안 죽을 거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위기 상황이 나올 때마다 긴장감이 떨어지죠. 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건 "또 살아나겠지"라는 안도감이었습니다. 이건 서사의 긴장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소입니다.
영화는 균남의 회복력을 초능력과 대비되는 또 다른 특별함으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타고난 횟집"이라고만 표현되죠. 이건 개연성 측면에서 너무 허술합니다. 차라리 균남도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설정을 명확히 했다면, 두 캐릭터 간의 대결 구도가 더 흥미로워졌을 겁니다.
리뷰에서 지적한 대로, 배우들의 연기력과 비주얼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의 허점이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건 사실입니다. 특히 균남이라는 캐릭터는 "착한 주인공"이라는 틀에 갇혀서, 그의 행동이나 선택이 예측 가능했습니다.
'초능력자'는 한국 영화가 SF 장르를 다룰 때 겪는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독특한 소재와 훌륭한 배우진, 그리고 나름의 메시지를 담았지만, 설정의 완결성과 개연성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SF를 좋아해서 재밌게 봤지만, 대중적 흥행에 실패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 영화가 던진 질문들, 특히 순수함과 조종, 그리고 사회적 배제에 대한 이야기는 더 깊이 탐구될 가치가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가 SF 장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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