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74 핀치 리뷰 (극한 세계, 로봇, 생존) 목차외부 온도가 65.6도까지 치솟는 세계. 집 밖으로 나가면 자외선에 타 죽는 미래가 영화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시대입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핀치'는 태양 감마선 폭발로 오존층이 파괴된 지구에서 한 남자와 로봇, 그리고 강아지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여름, 맨발로 베란다에 나섰다가 타일 바닥에 발이 달라붙는 경험을 한 뒤로 이 영화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극한의 세계, 생존의 조건영화 속 핀치는 사막화된 지구에서 로봇 듀위와 강아지 구디어를 데리고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빈 마켓을 뒤지며 식량을 찾고, 시체 옆을 지나치는 것도 일상이 된 세계입니다. 자외선으로 인한 화상 자국과 온몸의 흉터가 그의 생존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말해줍니다.ㅁ 이 설정이 과장처럼.. 2026. 2. 24. 시수 복수의 길 (아타미, 액션 설계, 속편의 한계) 목차전투기를 목재로 격추하고, 탱크에 불을 붙여 국경을 돌파하는 70대 노인. 2024년 개봉한 의 주인공 아타미 코르피입니다. 전편에서 이미 '죽지 않는 남자'로 각인된 이 캐릭터가 이번엔 소련군 전체를 상대로 혼자 싸웁니다. 해설 영상을 보는 내내 시원하긴 했는데, 그 쾌감이 가시고 나니 몇 가지 생각이 남더군요.멈추지 않는 사람이 주는 공감아타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족을 잃었고, 집은 불타버렸고, 앞을 가로막는 건 소련군 전체인데도 그는 그냥 앞으로 갑니다. 설명도 없고, 하소연도 없습니다. 묵묵히, 때로는 처절하게 자기 길을 걷는 거죠.ㅁ 저는 이 캐릭터를 보면서 외할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6.25 전쟁 때 가족과 헤어진 할아버지는 평생 말이 없는 사람이었습니.. 2026. 2. 23. 드라마 스틸 리뷰 (소피 터너, 반전, 금융범죄) 목차솔직히 저는 〈스틸〉을 보기 전까지, 소피 터너를 산사 스타크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그녀가 단순히 '왕좌의 게임' 출신 배우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평범한 금융회사 직원에서 강도 사건의 중심으로, 다시 생존자로 변신하는 자라 역을 연기하는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가 설득력 있었습니다. 40억 파운드 강도 사건을 다룬 이 영국 금융 스릴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를 몰입시키지만 동시에 약간의 피로감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소피 터너의 연기, 왕좌의 게임 이후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자라라는 캐릭터는 처음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입니다. 신입 사원을 안내하고, 동료와 농담을 주고받는 일상적인 모습이죠. 그런데 무장 강도들이 사무실을 점령하는 순.. 2026. 2. 23. "꿈은 이루어진다"를 다른관점에서 보기 (낭만화, 현실, 2002) 목차남북 군인이 축구공 하나로 친구가 된다는 설정, 믿으시겠습니까? 2002년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는 비무장지대라는 극한의 긴장 속에서도 축구라는 공통 언어로 잠시 벽을 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묘한 그리움과 동시에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들었습니다.2002년 여름, 축구가 만든 5분의 낭만영화는 2005년이 아닌 2002년 월드컵 시즌을 배경으로 합니다. 남측 지위부에서 월드컵 소식을 북측에 전하려는 가벼운 시도로 시작된 일이 점점 커지면서, 북한 1분대 병사들은 남측 중계를 몰래 듣게 됩니다. 특히 북한 분대장이 차두리를 "차둘리"라고 부르며 남한 축구 선수 명단을 줄줄 외우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왠지 뭉클합니다. 제 외할아버지도 6·25.. 2026. 2. 22. # 낯선 집, 익숙한 감정 – 《기생충》 리뷰 목차 영화를 보고 난 직후보다 며칠이 지난 뒤에 더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내게는 기생충이 그랬다. 극장을 나설 때는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자꾸만 계단과 비, 그리고 반지하 창문이 생각났다. 이 영화는 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집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정만 보면 단순하지만, 화면 안의 공간은 끊임없이 위와 아래를 나눈다. 부잣집은 햇빛이 잘 드는 높은 곳에 있고, 주인공 가족의 집은 창문이 지면과 거의 맞닿아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공기가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위와 아래를 오가는 사람들감독 봉준호 특유의 리듬은 초반부터 살아 있다. 가족들이 하나씩 그 집에 스며드는 과정은 묘하게 통쾌하고 웃음도 난다. 나 역시 그 장면에서.. 2026. 2. 22. 키마이라 리뷰 (진실, 복수, 권력) 목차할아버지 유품 정리 중 발견한 낡은 법원 문서 한 장이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1970년대 사기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돼 변상 책임을 졌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미 돌아가신 후라 진실을 물어볼 길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선 "그 일 때문에 할아버지가 평생 사람 믿는 걸 두려워하셨어"라고만 하셨습니다.ㅁ 서류 속 진실의 일부는 남았지만, 전체는 영영 복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키마이라를 보며 그 서류 봉투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진실을 뒤늦게 마주한다는 것이 때로는 아무것도 돌려놓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권력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다키마이라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1984년 군사정권 시절을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쌓아 올립니다. 힘없는 노동자 이상우가 아무런 증거.. 2026. 2. 21. 이전 1 2 3 4 5 6 7 8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