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7 더 웨일 리뷰: 외면보다 내면을 더 크게 보여주는 영화 브렌든 프레이저라는 배우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어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미이라 같은 영화로 익숙하게 봤던 배우인데,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에서 사라졌거든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 공백이 길었던 만큼 더 웨일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충격이 꽤 컸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연기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 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어요. 찰리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무게, 그 안에 쌓인 감정들이 브렌든 프레이저의 몸과 표정에서 그냥 흘러나오는 것 같았거든요. 화려한 연기가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으로 보이는 연기였어요.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 중 하나입니다.📋 목차더 웨일을 보게 된 계기와 첫인상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이 영화에서 선택한 것.. 2026. 4. 10. 사운드 오브 메탈 리뷰: 소리를 잃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불안한 적이 많지 않았어요. 무서운 영화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닌데 심장이 조이는 것 같은 감각이 계속 있었거든요. 사운드 오브 메탈이 그 감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되게 특이했어요. 화면이 아니라 소리를 가지고 그걸 했거든요. 청각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상태를 사운드 디자인으로 관객한테 직접 체험시키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이 영화 사운드가 왜 이러지 싶었어요. 근데 보다 보면서 아, 이게 의도된 거구나를 알아채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순간부터 이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안에 직접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목차사운드 오브 메탈을 보게 된 계기다리우스 마더 감독이 이 영화에서 선택한 방향사운드 디자인과 .. 2026. 4. 10. 노매드랜드 리뷰: 떠돌며 살아가는 삶이 던지는 조용한 질문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처음 켰을 때 한 십 분 만에 끌까 생각했어요. 아무 사건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이 그냥 한 여자가 차를 몰고 이동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거든요. 근데 그 단조로운 장면들을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눈을 떼기가 싫어지는 거예요. 화면이 예쁜 것도 있고,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표정이 자꾸 눈길을 끄는 것도 있고. 그러다 영화가 끝났는데 한동안 자리에서 못 일어났습니다. 이게 무슨 여운인지 설명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슬프다거나 감동적이라는 말로도 딱 맞지 않는, 그냥 뭔가가 오래 남는 그런 영화였거든요.📋 목차노매드랜드를 보게 된 계기와 첫인상클로이 자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방식촬영 기법으로 읽는 광활한 미국의 의미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 2026. 4. 9. 테넷 리뷰: 이해보다 경험이 중요한 영화 ```테넷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절반쯤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고 봤어요. 시간이 역행한다는 설정이 나오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물음표가 쌓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쌓이는 속도가 장면이 전개되는 속도를 못 따라가는 거예요. 그냥 멍하니 화면을 보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하다 보면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고, 그 다음 장면도 이해하기 전에 또 넘어가고. 근데 이상하게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이해를 못 하고 있는데 눈이 화면에서 떨어지질 않는 그 묘한 경험이었거든요.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영화가 대체 뭔지를 계속 생각했는데, 두 번째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그냥 처음부터 이해를 포기하게 만들려고 설계된 영화라는 걸 알아챘습니다.📋 목차테넷을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26. 4. 9. 헤어질 결심 리뷰: 감정을 말하지 않아서 더 깊게 느껴지는 영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박찬욱 감독 작품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올드보이, 아가씨를 봤던 터라 이번에도 강렬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가득한 영화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헤어질 결심은 그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영화였어요. 자극적이지 않아요. 폭력도 거의 없고, 선정적인 장면도 없고, 심지어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장면도 많지 않습니다. 근데 보고 나서 이게 박찬욱 감독 작품 중에서 저한테 가장 오래 남는 영화가 됐어요. 뭔가를 강하게 보여주지 않는데 이렇게 강하게 남는 이유가 뭔지, 그게 계속 궁금해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목차헤어질 결심을 보게 된 계기와 첫인상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에서 선택한 방향촬영 기법으로 읽는 감정의 언어말하지 않는 감정이 더 강하게 전달되는 이유두 사람의.. 2026. 4. 8. 원더 리뷰: 평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와닿는 영화 ``가족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좀 경계하게 되는 편이에요. 교훈적인 메시지를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감동을 강요하는 장면이 많거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어른이 보기엔 너무 단순하게 느껴지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원더를 처음 켤 때도 그런 마음이 좀 있었어요. 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아, 따뜻하고 교훈적인 그런 영화겠구나' 하고 대충 예상하고 틀었거든요. 근데 보다 보니까 이 영화가 제가 예상한 그 틀 안에 있으면서도, 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잘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뻔할 것 같은데 뻔하지 않은 그 감각이 보는 내내 저를 붙잡았습니다.📋 목차원더를 보게 된 계기와 첫인상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방식촬영.. 2026. 4. 8. 이전 1 ··· 5 6 7 8 9 10 11 ··· 15 다음